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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꾸를 하지 않으니 제게 잠시 머물러있던 시선이 다시 서류를 향했다. 팔락,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내리깔린 눈 위로 어렴풋한 그림자가 졌다. 촘촘히 자라있는 속눈썹이 예뻤다. 살짝 숙인 고개도 예뻤고 날렵하게 뻗은 콧대도 예뻤다. 집중한 탓에 다물린 입도, 오밀조밀하고 깨끗한 귀도 예뻤다. 선배는 자기가 예쁘다는 걸 알까? 아마 모를 것이다. 별것 아닌 호의에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버릇처럼 말하곤 했으니까. 그러니 남자를 만난 후로 생겨난 비밀 사이에 한 가지를 더했다. 노아 로건은 예뻤다.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몹시.
"선배."
용건도 없이 짤막하게 불렀을 뿐인데 시선이 다시 제게 향했다. 이어지는 건 왜? 하는 물음이었다. 아주 간단한 행위임에도 흡족한 기분이 들어 웃었다. 그와 함께할 때면 늘 그랬다. 매 순간이 특별했고, 행복했다. 순간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만일 시간을 재단하여 보관할 수 있었다면 지난 몇 달간의 시간은 수많은 가위질로 너덜너덜 했을 것이다. 보관하고 싶은 시간이 너무도 많아서. 너무도, 너무도 많아서.
"오늘 저녁에 시간 있습니까?"
"오늘 저녁?"
"예, 오늘 선배 생일이잖습니까."
기억하고 있었네. 낯선 것을 마주한 듯 어색한 기색으로 남자가 망설였다. 명확한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제법 설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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