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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눈동자가 일정한 규칙을 갖고 마치 구식 타자기처럼 움직였다. 글을 읽을 때에는 저런 모습을 하는구나. 문득 저도 그럴까 싶어 눈이 굴러가는 것에 집중하며 앞에 놓인 서류를 읽었다. 문화 공연 계획, 작성자 닌우르타 아이겐바흐. 음. 잘 모르겠네. 손을 들어 묘하게 피곤한 눈 위를 문질렀다. 별거 안 한 거 같은데 피곤한 걸 보면 시간이 꽤 흐른 모양이었다.
잠시 쉴 요량으로 의자 등받이에 기대니 작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젖힌 고개와 함께 천장을 향한 시선을 슬쩍 내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을 보니 어느 새 들린 시선이 저를 보고 있었다.
"쉬려고?"
"예, 잠깐 그럴 생각입니다."
"그래. 일은 그렇게 쉬면서 해야 돼."
별거 아닌 대화인데 까만 남자는 제법 기특해하며 웃었다. 쉴 줄 모르고 일하는 것은 본인도 마찬가지면서 저를 막 걸음마 뗀 아이처럼 대하니 괜히 입을 삐죽이고 싶었다. 그러면 남자는 또 웃을 것이고 제 행동을 즐거워하면서도 기분을 물어올 것이다. 그럼 저는 다섯 살배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릴 테고, 상대는 어르고 달래주려 하겠지. 아주 간단한 말과 행동만으로도 살짝 못마땅했던 기분은 설탕처럼 녹아버릴 거다. 일련의 과정은 어느새 규칙처럼 굳어버려 웬만한 일들을 아주 간단히 해소해왔다. 고작 몇 달을 보냈을 뿐인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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